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손에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. 프랑스 작가 Jean-Claude Mourlevat의 “귀 잘린 남자(L’homme à l’oreille coupée)”를 읽고 각 학생이 자신만의 “귀 잘린 남자”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모은 책이었다. 아이가 원작을 읽을 때 다소 끔찍한 내용이어서 왜 하필 귀 잘린 이야기를? 하며 푸념했던 기억이 난다. 그런데 그 주제로 글을 써서 책을 만들었다고? 놀란 눈을 한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이 오히려 너무 진지해서 나는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읽었다. 맙소사! 원작보다 더 흥미 진지하게 저마다 귀가 잘린 이야기를 독백하듯 풀어나간 아이들의 대담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. 동화적인 이야기를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다가 놀라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되는 매력적인 이야기들로 가득 찬 이 책에 반하게 되었다. 이 책은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의 해를 맞아 본교생과 옥포 프랑스 학교 학생들의 공동작업으로 엮어졌다. 학생들이 불어로 쓴 글을 한국어, 영어로 번역하여 3개국어로 이루어져 있고 학생들의 삽화도 함께 실려 있다. 많은 분이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의 대담하고 귀여운 상상력을 확인하길 바라며, 책 출간에 수고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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